• 최종편집 2024-03-28(목)
 

[기고] 우리 지역의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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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신주현 교수/최창열 기자

 

                     

몇 년 전 논산경찰서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50대 후반 아주머니들 서너 분이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밤 지구대에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중 한 분이 안면이 있었는데 필자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중이라 이야기를 건넬 형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그분께 날도 추운데 무슨 일로 지구대에 그렇게 황급히 가셨냐고 물었더니 순찰하러 갔었다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재래시장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던 분이라 밤늦게야 장사가 끝나는데 고단한 일과를 끝내고 또 다시 야간 순찰을 하러 간 것이다. 그런다고 경찰서에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찌 보면 사서 고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밤, 지구대로 서둘러 들어가던 그분의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자율방범대,시민경찰,모범운전자회,생활안전협의회 등 우리 지역에는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귀한 ‘숨은 영웅들’이 적지 않다. 사람이 날 때부터 천한 사람, 귀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된다.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가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이런 ‘숨은 영웅들’의 헌신과 봉사활동 하나하나가 무수한 나비효과가 되어준 덕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이란 비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공동체의 행복을 위하여 자기 삶의 일정 부분을 아낌없이 내놓을 줄 아는 용기 있는 ‘숨은 영웅들’이 많은 사회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분들은 맹자가 말하는 ‘대장부의 용기’를 갖고 사는 분들이다. 악한 사람이 못된 짓을 저지르고 다닐 때 그것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나 이를 제지하고 고발할 수 있는 용기, 길 가다 어려운 사람을 볼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배려할 줄 아는 용기, 진정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자신이 아끼는 것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말이다.

 

또한 이분들의 헌신과 봉사 이면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왜냐하면 진정한 용기는 사랑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용기의 밑바닥에는 사랑이 깔려 있다.

 

 미국의 백화점 왕으로 유명한 워나메커는 ‘비누는 쓸수록 작아지는 하찮은 물건이지만 녹아 없어지면서 때를 씻어준다. 잘 녹지 않는 비누는 좋은 비누가 아니다.

 

자기를 희생하여 사회를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 힘을 아끼는 사람은 나쁜 비누와 같다.’라고 이웃사랑의 동참을 호소했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천 마디 아름다운 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작더라도 진실하고 참된 실천이기 때문이다.

 

 2021년 신축년 새해,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좋은 비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의 ‘숨은 영웅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내드리며 이런 귀한 분들이 우리 사회에 보다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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